스마트 그리드는 '그리드'(Grid)에 스마트(Smart)가 붙은 말입니다. 그래서 우선 '그리드'라는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의미로는 '격자'라는 뜻입니다. 컴퓨터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네트워크망을 통해 여러대의 컴퓨터를 연결하여 고성능을 내는 기술인 '그리드 컴퓨팅'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을겁니다. 이처럼 그리드는 각각의 노드(Node)를 연결한 계통망을 말합니다. 쉽게말해 '그리드=네트워크'입니다. 그리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 전기에서그리드(Electric Grid)는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력이 전달되는 전기 공급망을 뜻합니다.
위의 정의는 넓은 의미에서의 그리드이고, 좁게는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로만 전력이 전달되는 수직적인 관계를 의미합니다. 소비자는 전기를 공급 받고 소비만 하는 형식입니다. 현재의 전력망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전력망의 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스마트 그리드 사업입니다.
스마트 그리드의 가장 큰 목적은 전기의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데있습니다. 공장, 가정같은 수요처에서는 낮시간에 많은 전력을 사용합니다. 계절 중에서는 여름에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이렇게 매일 시간에 따라 사용하는 전력량이 변화하는데 이 최대치를 피크라고 합니다. 기존의 전력시스템에서는 피크시의 전력량을 기준으로 10%가량의 용량의 발전설비를 예비력으로 건설합니다. 이는 전기가 부족해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또 전기를 생산할 때, 수요를 예측해서 생산하기 떄문에 실제 사용량보다 많거나 적게 공급됩니다. 이때, 220V 60Hz를 기준으로 전압이나 주파수가 낮아지면 발전소 가동률을 높이는 식으로 운용합니다. 그런데 발전소를 가동시키고 멈추는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전기가 더 많이 공급되면 그만큼 전기가 날라간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원자력발전소의 경우에는 멈추는게 쉽지 않아서 항상 가동되는데 심야에는 전기가 낭비되지요. 따라서 현 전력체계에서는 예비력으로 많은 발전설비를 지어야 한다는 부담과 심야의 전기가 낭비되는 문제,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한 환경문제가 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러한 비효율성,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스마트 그리드의 특징, 구성요소
스마트 그리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능화된 전력망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인프라(기간시설)로서의 의의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기공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2-1 정보통신기술
: 직비(Zigbee), 전력선통신(PLC), 스마트 미터 등
이 장에서 스마트그리드에 사용되는 정보통신기술과 그 특징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앞에서 논했던 비효율성은 전력소비량을 예측할 수없다는 부분에서 기인하기도 합니다. 예측을 잘못하여 전기를 많이 생산하면 그만큼 에너지가 낭비가 되고, 적게 생산하면 전기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실제 전기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겠지요. 또 홈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각 가정은 디지털로 실시간으로 사용한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고, 요금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 직비(Zigbee) : 저전력, 저속의 무선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프로토콜입니다. 저가에 비교적 간단한 기술로, 다른 무선 네트워크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매우 적은 양의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전자제품들을 무선 네트워크로 묶는데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안이 취약하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 전력선통신(PLC) : 이때,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프로그래밍을 이용하는 제어 컨트롤러로, 자동화설비, 컴퓨터통합생산 등에 사용됨)과 PLC(Power Line Communication, 전력선통신)는 서로 다른 것입니다.
전력선통신은 말 그대로 전력선으토 통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교류전기가 흐르고 있는 전력선으로 통신신호를 변조하여 보내고, 수신측에서 이를 모뎀을 통해 복조하여 받아드리는 식의 통신입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상용화되었고, 홈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BPL(Broadband over Power Lines, 광대역 전력선통신)의 경우 인터넷 접속 등 광대역 통신이 가능합니다. PLC에 대한 기술계발이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통신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에서는 큰 역활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전기차 시스템(Smart Transportation)과 자동원격검침시스템(AMR) 등에 사용될 것입니다. 자동원격검침시스템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수도, 온수, 전력량, 가스 등을 계측기로 측정해서 원격으로 모니터링하여 검사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인력절감, 에너지 절약 등에 도움이 됩니다. 계측된 정보를 중앙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PLC,유선,무선 등이 있지만 PLC통신이 주로 사용될 것입니다.
* 스마트 미터(Smart Meter) : 스마트 미터는 전기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는 전자식 전력량계입니다. 기존의 전력량계는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원판이 회전하고 계량장치에 사용한 만큼의 전력량이 표시됩니다. 쉽게말해 기존의 것은 아날로그이고, 스마트 미터는 디지털 전력량계입니다. 공급자와 사용자 간의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대에 따라 변하는 요금이 산정되고, 전력사용량이 많으면 이를 알리고 개선하도록 하는 기능(수요반응, DR), 통신을 통해 부하를 제어하는 기능 등이 있습니다. 가전기기까지 지능화 된다면 냉장고와 같이 작동을 멈춰서는 안 되는 기기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전기요금이 저렴할 때 작동하도록 예약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요금이 비쌀 때는 저절로 멈추도록 할 수도 있고요. 부하와 스마트 미터간의 양방향 통신에는 직비, PLC 등의 방법이 사용될 것입니다. 스마트 미터는 전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스마트 미터와 같이 이전보다 진보된 계량기 인프라를 통틀어서 선진계량인프라(AMI)라 합니다. 이러한 AMI를 통해 소비자가 에너지 사용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스마트 플레이스(Smart Place)라고 합니다. 스마트 미터를 통해 스마트 플레이스가 구축된다는 말입니다. 단순히 전기소비와 관련된 부분에서 벗어나, 가스누출감지, 방범 등의 안전관리 서비스를 비롯한 여러가지 부가서비스도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있는데, 외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전력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미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 그런 앱도 생기겠지요.
스마트 미터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IHD(In Home Display)입니다. 위의 전자식 전력량계를 보시면 아시다 싶이 저런 기기만으로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지요. 전력량계는 대부분 집 밖에 있고요. IHD는 실내에 설치되어 스마트 미터의 정보를 이용하여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실내 액정디스플레이인 IHD를 통해 실시간 요금, 수요반응, 각종 부가서비스가 제공되겠지요. 따라서 스마트 미터를 재대로 이용하려면 IHD도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 지능형 전자기기 : 지능형 전자기기(Smart Appliance 혹은 Intelligent Electronic Device, IED)는 센서와 계측장치를 통해 현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기본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전자기기를 말합니다. IHD 등을 통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은 무엇이고, 전력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가전기기가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지 등 전력소비와 관련된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가전기기를 원거리에서도 실시간으로 원격 조작할 수 있습니다. 또 자동으로 시간대별 전기요금에 반응하여 작동을 조절하는 자동수요반응(ADR)이 적용될 것입니다.
* 수요반응(Demand Respose) : 스마트 미터에 대한 설명에서 수요반응을 잠시 언급했었는데, 중요한 개념이므로 좀 더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요반응은 전기사용량이 많아지는 시간대의 전기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요금제에 소비자들이 반응하여 스스로 전기사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수요반응은 크게 '시간대별 소매요금 차등방식'과 '인센티브 지불방식' 2가지로 나뉩니다. '시간대별 소매요금 차등방식'은 말 그대로 전기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비싼 요금을, 전기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싼 요금을 적용하여 피크시의 전기사용량을 줄이려는 겁니다. '인센티브 지불방식'은 피크시간대에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소비자에게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전기소비를 줄이게끔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또 방법론적으로 그 둘을 상세히 나누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그림 : 수요반응, 위 표에서 '직접부하제어/차단가능서비스'는 전력시장이 생기기 전부터 전력회사들이 운영해오던 제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전력거래소가 생기면서 기존의 직접부하제어에 참여 중이던 사업자와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소비자 입찰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2-2 전력저장시스템
: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라고도 하는데,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은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실제 소비량보다 많은 전기가 공급되면 그 만큼 저장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전력수요량은 오후에 증가하고 심야에 감소합니다. 이렇게 전력수요가 오후에 피크를 찍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발전설비를 필요로합니다. 따라서 이 오후시간대의 전력수요를 분산시키면 불필요한 발전설비 투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피크때만 발전을 하는 첨두발전은 비효율적입니다. 왜냐면 평소에는 발전효율이 높은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이 100% 가동하는데, 전력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값이 비싼 석유, 가스 등으로 첨두발전을 하기 떄문입니다. 전력을 저장하여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은 충분히 경제성이 있습니다. 이를 부하평준화라 합니다. 실질적으로 오후시간대의 전력수요를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심야의 전력수요를 증가시키는데, 심야의 전기를 저장해두었다가 오후시간대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론적인 것이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전력저장시스템이라고도 함)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빨간색과 검은색 곡선은 각각 공급되고 소비되는 전력량을 나타냅니다. 아침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오후에 피크를 찍고 내려가네요. 이러한 전력수요를 분산시킨 것이 초록색 선입니다. 파랑색 선은 저장장치에서 전기가 나가고 들어가는 양을 나타낸 것입니다. 초록색 선과 같이 부하평준화가 이뤄지면 전력수요가 일정하기 때문에 첨두발전의 수요는 감소하고, 원자력이나 석탄을 원료로 하는 기저발전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이 기술이 적용된다면 현재의 발전설비만으로도 추가증설 없이 충분히 공급이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기를 저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기술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양수발전'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양수발전은 수력발전 방식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 상부에만 물을 모아두는 저수지를 만드는데, 양수발전은 위. 아래 모두 저수지를 만들어 둡니다. 평소에는 일반 수력발전소처럼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면서 발전을 하다가 전력수요가 적어지는 시간대(심야)에는 전기를 이용해 아래에서 위로 물을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그 물은 다시 전력수요가 많을 때 발전에 사용됩니다. 이처럼 양수발전은 전기를 위치에너지로 바꿨다가 다시 전기로 바꾸면서 마치 전기를 저장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림 : 킨주아댐-양수발전소) (그림 : 양수발전소의 원리)
양수발전 외에도 슈퍼 캐패시터(축전기), 리튬이온전지를 비롯한 이차전지, 초전도 자기에너지 저장(SMES),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플라이휠시스템 등 현재 사용되고 있거나 개발중인 것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저장기술은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비상용 전원이나 순간적인 전압강하 등 전기의 질을 높이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량이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신재생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에 적합한 저장장치를 필요로 합니다. 전기자동차 같은 경우에도 이러한 저장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 이차 전지 : 전지는 충전 여부에 따라 크게 일차 전지와 이차 전지로 나뉩니다 전지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위차를 만들어 기전력(V)을 발생시키는데, 일차전지는 한번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사용하면 다시 그 과정을 반대로 바꿀 수가 없지만, 이차전지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역반응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리튬이온, 리튬 폴리머, 나트륨황(NAS), Redox-Flow,니켈수소, 니켈카드뮴 전지 등이 이차 전지에 속합니다.
이차전지는 각종 전자기기에서 소형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부하평준화를 위해 전력을 저장하는 용도로 중대형 이차전지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필수적인 기술이며, 비상용 전원이나 전압이 일시적으로 저하될 때 이를 정상화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 슈퍼 캐패시터 : 캐패시터(Capaciter)는 축전기를 말합니다. 콘덴서(Condensor)라는 말과도 많이 혼용되고 있습니다. 두 개의 전극 사이에 절연체(유전체)를 삽입하고, 직류 전압를 가하면 각 전극에 전하가 축적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캐패시터는 아주 작은 용량만 축적이 가능하지만, 슈퍼 캐패시터는 대용량의 전하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슈퍼 캐패시터는 전기이중층축전기(EDLC)라고 해서 표면적이 넓은 활성탄(CNT, 탄소나노튜브)을 전극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대용량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기존의 캐패시터와 구조가 약간 다름) 기존 캐패시터가 사용하는 단위가 uF(마이크로패럿)이라면 슈퍼캐패시터는 F(패럿)단위의 용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 일반 캐패시터의 구조, 캐패시터의 용량은 전극사이의 거리(d)와 전극의 면적(A), 유전체(절연체)의 유전율(ɛ, 입실론)과 관계가 있다.
캐패시터의 용량 C에 대해서 C = ɛ x A/d [F]
좀더 설명하면, 캐패시터의 용량은 전극의 면적에 비례하고, 전극사이의 거리에 반비례합니다. 슈퍼 캐패시터는 두개의 전극을 사이에 전해질이 들어있고, 전극으로는 3000m²/g의 매우 넓은 표면적을 가지는 활성탄이 사용됩니다. 이 때, 캐패시터에 전압이 가해지면 그 양쪽 전극에 전하가 축적되게 됩니다. 그런데 전극 사이에 전해질이 들어있는데, 전극이 전해질 속에 있으면 전극과 전해질은 서로 대전되어 전기 이중층을 형성하여 전하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그림 : 전기 이중층 캐패시터)
이차전지와 캐패시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이차전지는 화학반응을 이용하지만 캐패시터는 그 자체로 전하를 물리적으로 축적합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캐패시터는 충, 방전 속도와 사이클 수명이 우수합니다. 하지만 캐패시터는 에너지 밀도가 이차전지에 비해 낮은 것이 단점이지요. 이런 단점을 해결하고자 음극과 양극의 재료를 달리하여 에너지 밀도를 높인 하이브리드 캐패시터가 대안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는데, 충전 특성이 나쁘고 비선형성이라는 문제 때문에 외면받았습니다. 그래도 앞으로의 기술 발전과 내부저항을 증가시켜 충전시간이 길어지는 대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조정 등을 통해 앞으로 슈퍼캐패시터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에서 이차전지를 대체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 압축공기에너지저장(CAES) 기술은 양수발전과 함께 부하관리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슈퍼캐패시터, 플라이휠 등은 순간적인 전압의 강하를 보상하기 위한 전력의 품질향상을 목적으로 하기에 사실상 부하를 관리하기 위해 전력을 저장하는 기술은 양수발전과 압축공기 저장 기술 뿐입니다. 압축공기에너지저장은 부하관리용 외에도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는 용도로도 사용됩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이미 사용중이고, 미국의 경우 아이오와주 에너지 저장 파크(ISEP)에서 사용될 예정입니다.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의 원리는 가스터빈 기술을 개조한 것입니다. 전력수요가 적을 때는 압축공기를 지하나 저장탱크에 저장하고, 피크 때는 그 압축된 공기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서 발전을 합니다. 아래 그림을 참고.
(그림 :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
지하의 동굴이나 저장탱크에 압축공기를 저장하여 뒀다가 낮에는 그 공기를 가열시켜서 팽창하는 공기로 발전을 하고, 밤에는 압축기를 이용하여 다시 공기를 압축시킵니다. 가열과정이 필요하여 LNG를 연료로 소모하지만, 양수발전보다 효율적입니다. 현재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독일, 미국 등이며, 양수발전에 비해 아직 규모는 작습니다.
발전할 때 압축공기의 압력의 변화 여부에 따라 정압식과 변압식으로 나뉘는데요, 정압식은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갈 때, 수압으로 공기의 압력을 유지시키는 방법입니다. 옆에다가 저수지를 만들어두고 수직갱도(Shaft)와 U자 관을 이용해서 지하로 동굴 밑부분과 저수지를 연결시키면 동굴에 물이 들어가겠죠. 동굴 안으로 공기를 집어넣으면 동굴 내 물의 수위가 낮아지고, 역으로 공기를 이용해 발전에 사용하면 물이 올라오면서 공기를 밀어내니까 공기의 압력이 유지됩니다. 이게 정압식이고, 변압식은 그냥 동굴에서 공기를 넣었다 빼는 방식으로 공기가 빠질 때에는 압력이 약해지겠지요.
(그림 : CAES, 정압식과 변압식)
그런데 압축공기 저장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에 공기를 넣어도 다 빠져나가 버리면 쓸모가 없으므로 대심도(깊은곳)에 기밀성이 보장되는 공간을 확보하는데 있습니다. 현재 독일과 미국에 있는 발전소는 모두 암염공동에 변압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저장공간을 지하의 암염을 녹여서 만든 것입니다. 가장 경제적이고 쉬운 방법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화강암, 편마암 등의 암석이 많고 암염이 거의 없는데, 이런 지역의 경우에는 저장탱크를 이용하거나 내부를 콘크리트 등으로 보강하는 복공식 암반공동형 CAES가 유력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암반이 넓게 분포한 도심지나 해변가의 대심도에 건설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염공동, 복공식 암반공동 이 외에도 폐석회석 광산을 이용하거나(미국 오하이오주의 Norton Energy Storage), 대수층 저장공동(아이오와주 에너지 저장 파크(ISEP)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AA-CAES(Advanced Adiabatic-CAES)라고 스팀터빈을 이용한 기술도 개발중에 있는데, 기존의 CAES가 가스터빈을 모방한 것으로 LPG를 사용했다면, AA-CAES는 압축된 공기가 가지고 있는 열(약 600도)까지 이용해서 70%가량의 높은 효율을 가지고 있는 기술입니다. Micro-CAES라는 소규모 CAES를 설치하여 공기의 압축열을 난방으로 사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초전도 자기에너지 저장 : 초전도 자기에너지 저장(SMES)은 초전도 코일에 전류가 흐를 때 형성되는 자기장의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코일 주위로 자기장이 발생되며 전자에너지(전기장, 자기장이 갖는 에너지)를 저장하게 됩니다. 초전도 상태에서는 전기저항이 0이기 때문에 초전도 코일에는 전류가 흘러도 전류량이 줄지 않겠지요.
초전도 코일을 사용하고, 전기에너지가 자기에너지의 형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높습니다. 전기를 신속하거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으며,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여,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 부하변동 보상 등 전기의 품질개선용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변동이 심한 풍력발전과도 연계되어 진행중입니다. 고온 초전도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용량을 키우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겠습니다.
*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 : 전기로 회전체를 돌려 회전운동에너지로 저장했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발전기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식입니다. 구성장치로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로터,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베어링, 전동기/발전기가 있습니다. 내부는 겅기마찰을 줄이기 위해 진공으로 되어 있습니다. 원운동에서 에너지 E = (토크) X (각속도)이므로 질량이 크고 회전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로터는 질량이 큰 회전하는 부분인데, 빠른 회전속도를 견디기 위해서 인장강도가 높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쇠로 로터를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탄소섬유합성물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베어링의 종류는 다양한데, 전자식 베어링이 많이 사용되고, 초전도 베어링을 이용한 초전도플라이휠에너지저장(SFES)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계식 베어링은 마찰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현재 플라이휠은 나사에서 우주항공용 UPS로 사용하고 있으며, 버스, 기차를 비롯한 교통수단, 순간적인 전압강하 보상용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Smart Transportation)은 전기자동차(EV)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시스템을 말합니다.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무엇보다 충전시스템이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전기자동차의 역사와 개념에 대한 것은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전기자동차는 19세기 초부터 연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1828년에 헝가리의 발명가 Jedlik Anyos가 전기모터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발명가들이 전기자동차를 발명하였지요. 하지만 대부분 보급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프랑스에서 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가 개발되고 1881년에 구스타브 트로브가 바퀴가 3개인 전기자동차를 파리 국제 박람회에 내보인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전기자동차가 20세기 초까지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한계때문에 가솔린 엔진에 밀려서 사라져버렸지요. 이후 1990년 대에 환경문제가 잠시 부각받았을 때 미국 캘리포니아에 전기자동차가 공급되기도 하였으나 이도 금방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가 주목받으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고, 전기차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는 전기를 연료로 하여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따라서 전기차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충전기가 곳곳에 있어야 하지요. 전기차가 보급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고요. 또 배터리 가격이 비싸고 충전시간이 긴 것도 흠입니다.
* 저장장치 : 현재 전기저장장치로는 리튬이온전지, 리튬폴리머전지, 슈퍼 커패시터 등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리튬이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사용할수록 용량이 줄어드는 기억효과가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자연 방전량도 적어서 일반적으로 휴대용 전자기기에 많이 사용되지요.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폭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리튬폴리머전지는 전해질로 준고체의 폴리머를 사용하여 안정성이 높고 다양한 모양의 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격이 비싼 것이 흠입니다. 슈퍼 캐패시터는 하이브리드카에서도 많이 사용되었고, 어쩌면 나중에 2차전지를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2차전지가 대세임은 분명합니다.
* 자동차 충전기 : 충전은 2가지로 나뉩니다. 시간에 따라 급속과 완속으로 나뉘는데요, 완속충전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단상 220V 전기를, 급속충전의 경우에는 삼상 380V 전기를 직류로 바꾸어서 충전하게 됩니다. 곳곳에 주유소가 있듯이 충전기가 곳곳에 마련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자동차가 얼마나 전기를 썼는지 알 수 있을까요? 계량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직접 요금을 걷지 않을겁니다. IT기술을 이용하여 RFID, 신용카드를 통해 고객을 인식하거나 자동차 자체를 인식하고, 충전정보는 서버로 PLC통신을 통해 보내져서 자동차 전기료는 월말 전기요금에 합산되어 나올 겁니다. 충전시설이 자동화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전기료는 어떻게 계산될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 전기에는 누진세가 적용되기 떄문에 그대로 사용하면 요금이 엄청나겠죠.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용도에 따라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6가지로 구분되는데, 아직 전기자동차 전용요금제는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용요금제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진행 중이여서 아직은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서울, 제주에서 운행중인 저속전기차에는 일반용 요금이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충전기를 자동차와 연결하려면 커넥터가 있어야 합니다. 또 자동차와 충전기가 서로 통신하기 위해서는 통신프로토콜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커넥터나 프로토콜 등의 표준화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충전기 사이의 통신에서는 기존에 자동차 내 전자장치들 간의 통신에 사용되는 CAN 통신이나 PLC통신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동차와 충전기가 연결되면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서 자동차는 충전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등을 나타내는 충전정보를 충전기로 보내고, 충전기에서는 충전 요금정보와 함께 자동차에 실시간 교통정보나 기상정보 등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앞에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대해 길게 언급을 했었는데, 전기자동차도 전기를 저장하고 그 저장한 전기로 운행하기 때문에 전기저장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기료가 싼 시간대에 충전했다가 그 전기를 다시 되팔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역송하는 것은 V2G(Vehicle to Grid)라고 하는데, 전기차가 보급되면 V2G 서비스를 통해 수십 수백만 대의 에너지저장장치가 돌아다닌다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가 널리 퍼진 것을 분산형 에너지저장 (Distributed Energy Storage)이라고 합니다. 비록 전기차에 저장할 수 있는 전기는 적지만, 보급되었을 경우 부하평준화에 미치는 효과는 엄청날 것입니다. 전기차의 보급이 스마트그리드와 연계된다는 것이죠. 충전시스템의 경우에도 전력망이 지능화되야만 하고요.
* 전기자전거 : Smart Transportation에는 전기차 외에도 전기자전거 등의 교통수단도 포함됩니다. 전기자전거(E-bike)는 폐달을 이용하여 보통 자전거처럼 이용할 수도 있고, 전기를 이용하여 모터를 구동해 이동할 수도 있는 자전거입니다. 무거운 것이 단점이지만 보통 자전거보다는 원거리 이동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겠지요. 전기자전거 외에도 전기스쿠터 등 전기를 이용하여 구동할 수 있는 다양한 교통수단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림 : 전기자전거, 미국 맨해튼)
2-4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 분산전원시스템
: 앞에서 언급했던 것들도 스마트 그리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기는 하지만 분산전원시스템에도 특히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전력망이 비효율적인 중앙계통의 일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차세대 전력망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도 분산되어 소비자는 단순히 전기를 공급받는게 아니라 생산도 할 수 있는 프로슈머가 될 것입니다. 공급이 많으면 저장하는 방법으로 소비하고, 소비가 많으면 전기를 공급하는 역활을 소비자가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남아도는 잉여전력은 저장하거나 팔면 되기 떄문에 효율성 측면에서 뛰어납니다. 분산발전이 이뤄지면서 장거리 송전으로 인한 전력낭비도 줄어들 것이고, 신재생에너지가 적극적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소형발전이 대중화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웹 2.0같은 정보통신망에서 이뤄졌던 변화가 전력망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경제로의 변화에 주시해야 할 때입니다.
앞에서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전력산업은 기본적으로 발전소에서 전력생산을 전담하고 수용가는 소비만 해왔습니다. 전력망은 단방향 구조였지요. 수용가들 중에서도 전기를 생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기도 하고, 중요 시설의 경우에는 자가발전 시설을 설치하기도 하지요. 벽지에서는 직접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사용하고요. 그런데 지금 전력망은 단방향이라 공급받거나 자급자족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자급자족형 발전은 경직되어 있지요. 사용량보다 많이 생산하면 전기를 저장해야 하는데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전기를 역송하거나 팔 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팔려면 지식경제부나 한전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고요.
하지만 아직 신재생에너지는 투자를 해도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10년이 넘게 걸립니다.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죠. 그런데 사람들이 소형발전에 쉽게 뛰어들까요? 또 전기를 팔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송배전 계통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하지요.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스마트 그리드를 실현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스마트 그리드를 하려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비효율성 해소와 환경문제만이 아닙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존의 전력망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력소비량은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데,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예비력으로 발전소를 계속 지어야 하고, 송전선로를 통해 보낼 수 있는 전기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 송전선로도 계속 건설해야 합니다. 또 원료는 한정되어 있고요. 결국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미국이 그러하죠. 누진세나 수요반응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분산전원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이건 전력사용량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에는 기술적인 진보가 많이 이뤄졌고, 스마트 그리드가 점차적으로 도입될 것이기 때문에 비관적으로만 볼 상황은 아닙니다. 마이크로그리드(스마트그리드)가 실현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림 : 1인당 전력소비량, 단위는 kWh/人.)
우선적으로 중저압설비가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해야 겠습니다. 일반 주택과 건물에 분산전원이 확대될 것입니다. 작은 태양광 발전기나 소형풍력발전기도 분산전원이고, 위에서 언급 했듯이 전기자동차도 분산전원이지요. 가로등도 대부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것으로 바뀔겁니다. 이렇듯 분산전원을 활용한 마이크로 발전이 활성화되서 첨두발전을 대체하게 되겠지요.
바다에서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을 해서 내륙으로 전기를 공급하려면 초고압 송배전 시설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최대 송전전압이 765kV(76.5만 볼트)인데, 이렇게 높은 전압을 사용하는 것은 우선 많은 양의 전기를 보낼 수 있고, 전압이 높아지면 송전선의 저항에 의한 전력손실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전기를 많이 보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각 지역에서 발전해서 어느 정도 수요를 충당하고, 부하평준화가 이뤄지면 발전설비를 추가로 건설할 필요가 없어지고, 근거리 송전이 늘기 때문에 이런 초고압 설비의 필요성도 줄어들어서 지역화된 배전망, 즉 중저압 설비의 수요가 늘 것입니다.
다음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소형열병합발전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연료전지, 수소, 석탄 액화와 가스화)와 재생에너지(태양광, 태양열, 풍력, 지열, 소수력, 해양에너지, 바이오매스, 폐기물에너지)가 합쳐진 말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농촌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투자를 할까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되팔 수 있게 하고,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투자할 것입니다. 그래도 사실 이런 발전기술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원자력을 이용하면 싸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까요. 기저발전은 원자력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이런 발전방식과 에너지저장기술(ESS)이 담당하여 부화평준화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전기요금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요금제는 고정요금제인데, 매달마다 사용한 전기세를 내고있는 것이죠. 그런데 스마트 그리드가 실현된다면 '실시간 요금제'가 적용될 겁니다. 이는 시간대별로 요금이 변하는 것인데, 전력수요가 많을 때에는 전기요금이 비싸지고 적을 때에는 전기요금이 싸지는 겁니다. 이를 이용하면 전기요금이 쌀 떄 전기를 모아뒀다가 비싸지면 그 전기를 되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말하면 낮에는 전기가 비싸고 밤에는 전기가 싸다는 것이죠.
이 원리를 이용하면 비록 발전효율은 낮지만 가격적인 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태양에너지는 태양을 이용하는 만큼 여름 낮에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때가 가장 전력수요가 많을 때이지요. 그러니까 피크시간대에 전기를 생산해서 생산하는 전기의 값이 비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형열병합발전(Combined Heat and Power)은 크게 주목받고 있는 발전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투자비에 비해 생산량이 매우 적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형열병합발전은 전력수요의 피크 떄 발전이 가능하고 그 외의 전기값이 쌀 떄는 발전을 멈출 수 있습니다. 에너지효율도 높고요.
열병합발전은 화력으로 발전기를 구동하여 전기를 얻는데, 이때 발생되는 열을 이용하여 난방을 하는 방식입니다. 폐열을 이용하여 난방을 하므로 효율이 높습니다. 기존의 가스터빈이 발전을 하여 전기를 생산할 때의 효율이 30%라면 폐열로 빠져나가는 것의 비율은 50%가량 됩니다. 따라서 열병합발전의 효율은 80%나 되는 것이죠. 스털링 엔진을 이용하는 극소형열병합발전기(Micro-CHP)도 있는데, 각 가정마다 설치하여 보일러 대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형열병합발전기는 주로 아파트에 설치되는데, 이미 일본이나 유럽같은 곳에는 많이 보급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보급중에 있습니다. 현재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데 다양한 에너지원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바이오매스, 목재압축연료(Wood Pellet),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도 에너지원이 될 수 있지요. 대규모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매립지가스(LFG)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전력품질이 향상된다는 점을 말해야 겠습니다. 전력소비는 매번 계속 변하기 마련이라 전기의 품질은 오차범위 내에서 계속 변하는데, 발전소는 그에 맞춰서 바로바로 멈추고 작동하고를 반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오차범위 안에서는 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마이크로그리드가 적용되면 전력소비의 변동을 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부하가 안정화시킬 수 있겠지요. 이는 곧 전력품질의 향상과 직결됩니다. 또 정전과 같은 비상사태가 일어나도 에너지저장장치가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와 같은 역활을 하여 좀 더 신속한 반응이 가능하겠지요. 또 우회송전로를 통해 전원공급도 가능하고요. 자연재해가 닥칠 때에는 에너지공급이 중단되곤 하는데 분산발전이 이뤄진다면 에너지가 차질없이 공급되고 재난 극복과 복구를 더 쉽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렇게 신속한 조치를 통해 유연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게 큰 강점이지요.
3. 스마트그리드에서의 송배전과 관리시스템
앞에서는 정보통신기술과 분산전원을 통한 부하평준화에 중심을 두고 스마트 그리드에 대해서 논했습니다. 전기를 생산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전기를 전달하는 과정도 중요하기에 송배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변전소로 보내지게 됩니다. 이를 송전이라 하고, 변전소로 보내진 전기는 승압 혹은 감압되어 다른 변전소나 수용가로 보내지게 됩니다. 각 가정에 보내지는 전기는 전신주 위에 있는 주상변압기를 통해 감압되어 220V 교류가 공급되게 됩니다. 이를 변전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발전소에서 변전소로 보내는 것은 송전이고, 변전소에서 수용가로 보내는 것이 배전입니다. 아래는 전력망을 단순화하여 나타낸 그림입니다. (따라서 오류가 있을 수도 있음.)
(그림 : 기존의 전력망) (그림 : 스마트 그리드)
그림으로 단순화시키니 보기 편하네요. 기존의 전력망에서는 수용가는 전기를 역송할 수가 없어서 항상 수용가에 적정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인위적인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에서는 분산전원이 전력망과 연결되어 역송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양방향으로 공급과 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가 부족하면 더 공급하고, 전기가 많을 때에는 저장하거나 부족한 곳에 보낼 수 있습니다. 참 효율적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운영하려면 당연히 운영시스템을 필요로 합니다. 스마트 그리드에서는 송배전 관리를 아날로그가 아닌 지능형 디지털 방식으로 운영하여 자동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새로운 운영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원격감시제어(SCADA)시스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배전자동화시스템(DAS), 원격검침시스템(AMR) 등이 이에 속합니다.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은 온도, 조도, 전력사용량 등을 측정, 분석하여 자동으로 조명이나 냉난방 시설 등을 제어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EMS를 건물에 적용하는 경우 BEMS, 공장에 적용하면 FEMS라고 합니다.원격감시제어(SCADA) 는 전기설비를 원격으로 감시, 계측, 제어,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통해 송변전설비의 상태를 감시하고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겠지요.배전자동화시스템(DMS)은 배전계통을 원격으로 감시, 계측, 제어, 운용하여 고장이 났을 경우 신속히 처리하는 등 최적화하여 운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SCADA와 DMS는 통합되어 운영되는데, 매우 편리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보안이 매우 중요하겠지요. 원격검침시스템(AMR)은 위에서 언급하였던 대로 사용하는 수도, 온수, 전력량, 가스 등을 계측기로 측정해서 원격으로 모니터링하여 검사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입니다. 수용가의 전력량 계측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요.
SCADA, EMS, DAS, AMR 등에 지리정보체계(GIS)가 합쳐져서 배전과정 즉, 변전소부터 수용가까지의 모든 전력설비에 대해 원격감시제어 하는 기술을 배전지능화시스템이라 합니다. 배전지능화시스템가 도입되면 배전계통 전구간의 전기품질을 감시, 관리할 수 있고, 고장이 발생하면 고장지점을 발견하는 기능 등 배전계통 전체를 계측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솔루션을 통해서 전력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이뤄지면서 공급신뢰도가 향상될 것입니다. 또 전력을 사고팔 수 있는 전력거래시스템도 마련되겠지요.
* 고압직류송전(HVDC) : 고압직류송전은 전기를 보낼 떄 고압의 교류가 아닌 고압의 직류를 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교류는 전압이 주기적으로 변해서 전압을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직류의 열작용과 비교하여 교류의 전압을 정하게 되는데, 이 전압값을 실효값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용하는 220V 교류는 직류 220V와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220V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때, 실효값(Ve)과 교류의 최대값(Vm) 사이에는 Ve = 0.707 X Vm 이라는 관계가 성립합니다. (0.707은 '1/루트2'의 근사값) 이는 곧 직류와 교류 사이에는 같은 전압이여도 직류는 70%만으로도 교류와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교류는 전선의 표면으로 흐르지만, 직류는 전선 전체로 흐릅니다. 그래서 같은 크기의 전선에서 직류는 교류보다 2배 더 많이 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거리 송전을 할 때에는 고압직류를 보내는 것이 유리합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곳에서 교류를 이용하므로 모두 직류로 바꿀 수는 없기에 섬이나 국가간의 송전 등의 장거리 송전에 사용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제주로 해저케이블을 통해 고압직류를 송전하고 있으며, 또 제주도 한림읍에 고압직류송전 실증단지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계통을 지능화함으로서 효율성을 높이고,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와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열병합발전와 같이 효율성이 높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발전기술이 쉽게 도입되고 잘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그리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화력발전의 규모는 1/2로 줄어들게 됩니다. 온실가스감축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전력계통의 안정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4. 슈퍼그리드
앞에서는 스마트 그리드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이 장에서는 슈퍼그리드에 대해 설명할 것인데, 사실 슈퍼그리드는 스마트 그리드와는 큰 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슈퍼그리드를 스마트그리드 간의 연결로 볼 수 있고, 스마트 그리드가 실현된 이후에는 국가간의 전력거래가 활성화 될 것이기에 슈퍼그리드에 대해 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슈퍼그리드는 말 그대로 매우 거대한 규모의 전력망을 일컫습니다. 슈퍼그리드라는 개념은 1930년대 미국 북서부의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캘리포니아로 보낸다는 구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이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고, 30년 가량 지난 1961년에야 실현됬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태평양 연안을 연결하는 이런 대규모 사업과도 견줄 수 없는 규모의 구상이 나왔습니다. 아래의 지도가 그 규모를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그림 : 슈퍼그리드
저작자 : Trans-Mediterranean Renewable Energy Cooperation, 저작권 : CCL Attribution-Share Alike 2.5 Generic)
이 슈퍼그리드는 북해 연안의 풍력발전시설을 통합하는 전력망과 데저텍(Desertec)이라 부르는 북아프리카, 중동의 대규모 태양에너지 발전소 프로젝트가 합쳐진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EU(유럽연합)와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즉, EUMENA의 이 데저텍사업은 로마클럽과 독일의 TREC(Trans-Mediterranean Renewable Energy Cooperation)가 제안하여 현재 계획중에 있습니다. 대략 4000억 유로(약 600조원)가 투자될 것이라고 합니다.
사막에 건설될 태양열 발전기는 CSP(Concentrating Solar Power) 방식으로 태양열 집열반사판을 이용하여 가운대의 타워로 열을 모아서 그 열로 스팀터빈을 돌리는 발전방식입니다. 다소 구시대적이나 안정적이고 대규모로 투자할 경우 경제성이 있습니다. 또 해양 담수화 등과도 연계될 수 있고요.
(그림 : CSP 방식의 태양열 발전소 - 스페인 세빌리아에 있는 태양열 발전소 PS10입니다. 옆에는 최고 높이(165m)의 타워를 이용한 PS20이 있습니다. 이 PS10의 타워의 높이는 112m이고 집열판은 624개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기업과 국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력망이 테러의 대상이 되거나 회교권에 에너지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송전로가 너무 길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경제적인 비판도 있고요. 어쨌든 2012년까지 데저텍을 구현하기 위한 상세계획을 만든다고 합니다. 두고 봐야겠지요.
(그림 : 유럽 HVDC 송전로 현황. 빨간색은 이미 건설된 송전로, 초록색은 현재 진행중인 송전로, 파랑색은 예정중인 송전로
유럽 북해연안의 국가들은 이미 예전부터 풍력을 이용하여 발전을 해왔습니다. 2010년에 북해연안의 신재생 에너지를 연결하는 연결망을 구축하는 슈퍼그리드 계획안이 나왔는데,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스웨덴, 벨기에 총 9개국이 참여합니다. 일명 'North Sea Grid'는 각국의 신재생에너지를 해저케이블로 연결하여 고압직류송전(HVDC)을 통해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독일의 태양광발전소,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풍력발전소, 노르웨이의 수력발전소 등이 서로 연결되게 됩니다. 유럽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발판인 셈입니다. 300억유로(약 46조원)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5. 현재 스마트그리드의 현황
4-1 한국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정책으로 선정되어 추진되고 있습니다. 2009년에 스마트 그리드 로드맵이 발표되었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2012년까지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여 시범도시에 스마트 미터를 공급하고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그후 2020년까지는 전기차를 보급하고, 스마트 미터를 보급한다는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인프라를 더 확충하고, 스마트 가전기기까지 보급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제주도 구좌읍(6000가구)의 실증단지에서 실험중이고, 2011년에 시범도시를 설정하여 203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것이지요. 이 실증단지에서는 선진계량인프라(AMI),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기술, 전기자동차 등 스마트 그리드와 관련된 기술들이 도입되어 운영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끝나면 시범도시가 선정되고 점차적으로 확대되겠습니다.
UAE로 원전을 수출하면서 해외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는데, 우리나라는 호주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진출을 시도했었으나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시카고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고 하며, 우리나라의 주도로 스마트그리드 국제 협의체(ISGAN)가 발족하는 등 나름 선도적인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4-2 북미
* 미국 : 미국은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국가정책사업지원 법안이 2007년에 통과되었고, 40억달러의 지원금을 배정하는 등 스마트그리드에 매우 적극적인 나라입니다. 무려 6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2003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일어난 대정전사태(Northeast Blackout) 이후 본격적으로 스마트 그리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아래의 위성사진은 대정전이 입힌 피해를 잘 보여주지요.
(그림 : 정전이 일어나기 전) (그림 : 정전이 일어난 후)
이 정전은 여름철의 전력수요 급증으로 전력망의 용량을 초과하면서 발생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노후한 전력망이 아닌 자가회복(Self-healing) 기능을 갖춘 새로운 전력망관리시스템이 요구되었는데, 디지털 복구 시스템을 갖추고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작동하여 복구를 시작하고 이를 운영자에게 알리는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전력공급체계의 현대화가 경제, 국가안보 차원에서 요구되자 'GRID 2030'이라는 정책을 통해 10년단위의 목표로 스마트그리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콜로라도에 스마트그리드 시범도시가 만들어졌고, 앞으로 실증단지를 추가건설할 계획입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해외시장에도 많이 진출하고 있고, 많은 경험을 쌓고 있어서 향후 미국의 스마트 그리드가 성공적으로 구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캐나다 : 캐나다도 마찬가지로 스마트 그리드가 한창 도입중에 있습니다. 대정전의 피해를 입은 곳은 미국과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였는데, 이 온타리오 주를 중심으로 진행중입니다. 2006년부터 스마트 미터 보급을 시작하였고, 2010년까지 모든 가구의 전력량계를 스마트 미터로 교체하는 계획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이미 스마트 미터가 120만개 이상 설치되어 많이 보급되었고, 스마트 그리드를 추진하기 위한 각종 법안을 채택하며 전력 요금이 높아지면 이를 알리는 수요반응이 곧 적용될 듯 합니다. 또 대대적인 전력설비 업그레이드를 추진중이고, AMI를 구축 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4-3 일본
일본은 미국에 비해 송전망이 안정적이고 이미 선진화되어 있어서 주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전기자 인프라를 확충하는 보완책으로 스마트 그리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태양광에너지를 보급하고, 에너지저장기술에 주력하며 마이크로그리드의 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태양광발전을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20배가량 늘리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지금 상황은 스마트 미터를 보급하고 있는 중이며, 오키나와에서 실증작업 중입니다. 또 4곳의 실증도시를 선정하였고 미국 뉴멕시코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으로의 진출도 노리고 있는 중입니다.
4-4 유럽
유럽연합(EU)를 통해 하나가 된 유럽의 국가들은 서로 협력하며 스마트 그리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럽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 프로젝트로는 Address 프로젝트, Open Meter 프로젝트 등이 있습니다. 이런 유럽차원의 프로젝트를 통해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지요. 스마트 미터에는 여러 제조사가 있는데 그것들을 서로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기준을 세우고 스마트 미터링 관련 정보를 교환하게 됩니다. 유럽 스마트 미터링 산업 그룹(ESMIG)가 그런 역활을 담당하지요. 또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이산화 탄소 배출량을 20% 감축, 에너지 효율, 신재생에너지 비율 20% 증가 등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포함해 재생에너지 활용, 효율성,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2020년과 2050년까지 수행할 10가지 핵심과제를 제시하여 연구를 수행중입니다.
* 독일 : 독일의 전력시장은 자율화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송배전시설은 민간기업이 소유하고 있어서 정부의 역활은 제한적이지요. 그래서 전력시장의 독과점 요소를 제거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으로 E-Energy 사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스마트 그리드 사업은 'E-Energy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비슷한 개념입니다. 독일의 E-Energy 프로젝트는 현재 루스, 바덴, 쿡스하펜, 만하임, 하르츠, 아헨 총 6개 지역에서 진행중이며, 2012년에 완료됩니다. 독일은 유럽 지역간을 상호 연결하는 전력망, 즉 슈퍼그리드 사업에 적극적이며, 신재생에너지 부분에서도 선도적입니다. 특히 태양광이 그러한데, 독일의 태양광 발전 규모는 스페인 다음인 세계 2위입니다. 스페인의 경제악화와 독일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고려하면 독일이 압도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5년에 그리드 패리티(태양광의 발전단가와 화석연료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것)가 달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충분히 경제성 있다고 보여집니다. 최근에는 2050년까지 독일이 100% 재생에너지 전력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 스페인 : 스페인 남부에 있는 말라가 섬 일부 지역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2014년까지 추진될 예정입니다. 스페인은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2018년까지 전력량계를 스마트 미터로 교체하는 것을 의무화하였고 원래 2010년까지 30% 교체하는 것이었지만 스마트 미터의 보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덴마크 : 덴마크는 풍력을 통해 전체 전력생산의 20%가량을 생산중이고 지속적인 지원으로 풍력발전의 비중을 2025년까지 전력생산의 30%까지 끌어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에너자 자립도가 매우 높으며, 남는 전기는 해외로 수출까지 하고 있지요. 따라서 덴마크의 스마트 그리드 사업은 주로 송변전 시설의 안전성을 높이고 풍력발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있습니다. 덴마크의 특징은 민간에서의 투자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풍력발전의 경우 발전기의 60%가량이 개인소유입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시설에 투자를 하고, 다양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건설되면서 과거에 에너지를 전부 수입해 쓰던 덴마크가 에너지를 수출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농부들은 농사뿐만 아니라 발전까지 하며 부가소득을 올리고 있지요. 풍력발전은 바람에 따라 발전량이 결정되므로 상당히 불안정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전기차를 보급하여 에너지저장기술을 통해 풍력발전의 불안정함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림 : 덴마크의 풍력발전.
막대그래프는 풍력발전설비의 용량, 꺾은선그래프는 발전량(TWh/y), 노란색 세모는 전체 발전량 대비 풍력발전의 비율)
* 프랑스 : 프랑스는 전체 전력생산의 78%가량을 원자력을 이용해 발전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 원자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석탄, 천연가스, 풍력, 바이오매스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을 제외한 에너지 공급원들은 다양하고 분산되어 있어서 이런 불안정한 에너지원을 통합하기 위해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2008년부터 스마트 미터를 보급하기 시작하였고, 2015년까지 전면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함께 스마트 그리드 선도국가로 지정된 이탈리아를 비롯해 영국, 스웨덴, 핀란드 등의 국가들로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4-5 중국
중국은 2009년에 스마트그리드 추진계획을 발표하였고, 중국정부가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4조 위안을 투자하여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입니다. 이 추진계획을 간단히 말하면 우선적으로 2010년까지 계획을 수립한 후에 2015년까지 관련 핵심기술들을 개발하면서 시범사업을 운영하게됩니다. 중국 양주에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가 세워진다고 하네요. 그렇게 개발한 기술과 설비들을 이용하여 2020년까지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방대한 규모의 시장이 중국에서 형성되자 미국, 일본 등에서 많은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중국 내에서의 전력소비의 증가 때문입니다. 중국내에는 대형 수력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 화력발전소 등이 흩어져 있는데 송배전계통을 강화하고 초고압전력망(특히 HVDC)을 이용하여 수력발전, 원자력발전 등 각종 발전시설을 연결하여 효율적으로 전기를 분배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중국은 변전소의 지능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신재생에너지를 집중 개발하기 위해 풍력, 태양광, 에너지저장기술 등에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인도, 호주, 브라질, 남아공 등 많은 국가들이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6. 맺는 글
기존의 전력망은 100년 전 쯤인 20세기 초에 설계되어 시행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산업발전에 끼친 영향이 대단하지만 21세기 현재의 상황과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공급자에게 권한이 있어 공급을 통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소비자로 그 힘이 넘어가서 소비자가 무엇을 소비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시대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앞에서 스마트그리드에 대해 우리나라나 외국의 경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간단히 정리를 하면 불안정한 에너지원을 통합하고, 송배전망을 안정화시키기 위함입니다. 이 외에도 스마트 미터와 수요반응 등을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가 가능해집니다. 또 부하평준화를 통해서 공급자는 추가로 발전소를 지을 일이 없어지고 공급도 안정화되면서 전기의 품질이 향상되고 신뢰도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은 감소하여 소비자 또한 경제적 이득을 얻겠지요. 스마트 그리드는 넓은 시장을 형성하여 잠재력 또한 큽니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는 다양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에너지를 저장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모든 부하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정보통신기술과 에너지기술이 있어야 하지요. 또 기술력과 더불어서 스마트 그리드를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스마트 미터를 비롯한 기기들이 보급되어야 합니다.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필요성이 없고, 통신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살리고 적절한 투자를 통해 효율성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우리나라 스마트 그리드에서 전력공급은 상당수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기존의 화력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 분산전원 등이 해결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원자력은 채굴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많고, 근본적으로 자원(우라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2050년이 되면 원전이 1400기까지 늘어단다는 전망도 있고, 우리나라도 현재 20기의 원전에 11기를 추가로 짓는다고 하지요. 이처럼 원자력이 싸다는 이점은 무시할 수 없지요. 그러나 원자력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있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카자흐스탄의 우라늄 광산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유럽의 사례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원자력의 확충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이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로 전력소비는 줄이고 원자력을 확충하면 결과적으로 에너지저장기술과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공급을 하게 되면서 신재생에너지나 분산발전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약간 염려되기도 합니다. 또 스마트그리드는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하면서 전력망이 보안에 취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전력망에서는 변전소같은 주요시설에서 직접 관리를 했고, 보호를 받고 있어서 이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됐지만 스마트 그리드가 도입되면 해커에 의한 침입으로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보안관리도 요구됩니다. 어찌됐든, 앞으로 스마트 그리드가 전력계통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